아빠 육아휴직 4개월차 - 실패한 아들 이해하기

4학년, 2학년인 두 아들이 주먹다툼을 했습니다. 아이들이니 해봐야 얼마나 심할까 하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공개적인 장소에서 서로를 쓰러뜨리고 주먹질을 하는 것을 보게 되니 순간 멍... 하더군요. 물론 발단은 사소한 것이고, 툭툭 건드리던 것이 이렇게 싸움으로 번진 것이죠. 눈치가 수준급인 첫째 아들은 본격적인 싸움이 되자 맞는 포지션으로 바꿨고, 눈치가 전혀 없는 둘째 아들은 전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작은 주먹으로 형을 때려대더군요. 아마도 자신이 그전에 맞은 것에 대해 억울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아빠로서 바로 일어나 둘 사이를 떼어놓고 둘째 아들을 잡아끌고 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모두를 데리고 집으로 갔죠. 주먹싸움을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교훈을 내리고 회초리로 각각 6대씩 엉덩이를 때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그렇게 밖에서 행동할 수 있었는지 어이가 없었구요. 작은 힘이지만 어찌 되었든 폭력적인 행동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했다는 것도 너무 화가 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 창피했는지도 모르겠군요. 싸움질하는 아들들의 아빠라는 사실이 부끄러웠을 수도 있고요.

그러나 그건 그렇게 풀어야 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각각의 아들들을 불러 앉히고 그 속에 가득한 원망과 억울함에 대해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교훈을 내렸어야 할 일이었지만, 며칠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에 실패했다고 쓴 것입니다. 아들 이해하기는 나도 한때 초등학생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공감하기는 더욱 어렵고 말이죠. 저와 남동생은 사실 싸운적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아들들처럼 2살 터울이 아니라 3살 터울이라서 그랬는지, 아무래도 3살 터울 형은 좀 더 큰 차이로 느껴질 수 있겠죠. 하여간 형제간에 우애를 평상시에 그렇게 강조해도 사소하게 다투더니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싸움이 붙어버린 것은 처음입니다. 

차라리 이런 베개 싸움이었다면

하루가 지난 다음 엉덩이를 까보니 멍이 퍼렇게 들었더군요. 아... 너무 아펐을 녀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머리 한쪽에서는 이젠 이 회초리의 고통을 기억해서 절대 싸우지 않도록 주의할 거야...라는 자기 합리화의 마음과 너무 심하게 혼냈다는 자책감이 꼬리를 물고 서로를 내세우려 하네요.


하지만 이번의 실패는 오직 지난주에 국한된 결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9월 부터 11월까지 3개월만 지난 것이니 4개월 차인 12월부터 다시 잘해봐야죠. 일단 내가 아이들의 상황과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가 화가 나면 안 됩니다. 감정적으로 혼내거나 체벌을 하는 것은 절대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이죠. 제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기도와 기원 부탁드립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