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중고 자동차 팔기-헤이딜러 후기

2007년에 총각 시절에 첫 차를 구입했습니다. 은색 아반떼였죠. 처음에는 참으로 애지중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은색으로 구매한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의 조언이었는데, 광고할 때 대표로 사용하는 색이 가장 그 차에 어울리는 색이라는 조언을 하시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시중에 돌아다니는 아반떼의 대부분이 은색! 뭐 색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므로 무난한 은색을 골랐었습니다.



지금은 2019년. 자그마치 12년동안 첫 차량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2017년 12월에 새로 차를 구입했는데, 아내가 옛 차량으로 운전을 연습하고 싶다고 하셔서 팔지 않고 그대로 둔 거죠. 그런데 지난 1년 9개월 동안 아내는 아반떼를 2번! 탔습니다. 결국 주차장에서 먼지를 고스란히 쌓으며, 하도 안 타서 배터리가 나가는 바람에 배터리까지 갈아치우며, 보험과 세금은 공으로 지불해가며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번에 아빠 육아휴직을 하면서 결심한 것들중에 한 가지는 바로 이 오래된 아반떼를 팔아버리는 일이었습니다. 시간을 내서 중고차 시장에 이 매물을 올리는 것이 번거로워서 사실 시도하기 어렵더군요. 이제 어리바리했던 집안일하기 프로세스가 좀 몸에 익었으니 중고차를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모든 프로세스는 1주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헤이딜러 라는 중고차 판매 앱을 다운로드하였습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등록하기 위한 사진과 차량 정보를 입력했죠.


24시간 정도 기다려 금요일에 최고가 311만 원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그 딜러분은 차량 거래 실적이 1건이더군요. 그 바로 아래 310만 원을 올리신 딜러가 25건의 거래실적이 있어서 그 딜러를 선택하여 거래요청을 클릭했습니다. 오후 늦게 연락이 되어서 차량 검수를 위한 방문 일정을 예약했는데 그게 이번 주 월요일입니다. 아래 사진의 유효기간 만료로 뜨는 것은 1년전에 판매를 시도했다가 너무 싼것 같아서 판매하지 않았던 기록입니다. 앱을 삭제했다가 다시 설치했는데도 기존 기록은 남아있더군요.


월요일에 방문하신 딜러분은 310만원에서 가격을 깎기 위한 차량의 흠집과 교체해야 할 부분들을 일일이 검토하시더군요. 제 차는 비록 12년 되었지만 사고 없는 차였고 차주도 저 혼자였으며 주행 거리도 59100 KM로 상당히 짧아서 엔진 상태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딱히 차에 깊은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여기저기 흠집 난 부분은 많은 편이었습니다.

6 개판을 도색하고, 타이어 2개 갈고, 시트를 인조가죽으로 바꾸고... 그런 일들을 해야 중고차가 판매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과거 주차된 제 차를 오토바이가 박은적이 있는데 그때 그 사람이 뒷 트렁크를 교체했다고 하더군요. 사고기록은 아니지만 변경한 부품이 있어도 가격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깎아가니 원래 들어온 제안인 310만 원보다 100만 원 적은 210만 원으로 제안하셨습니다. 그러면서 100만 원 들여서 도색, 수리 등을 해서 판매하면 약 400만 원 정도에 이 차를 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지금 나에게 새 차가 없었다면 아반떼 중고차를 팔 생각을 안 할 겁니다. 게다가 210만 원은 너무 적다는 느낌이었죠. 과연 중고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흠집과 시트의 얼룩 때문에 200만 원을 더 주고 차를 살까.... 하는 의문도 들었죠. 하지만 1년 9개월 동안 굴리지도 않는 차에 세금과 보험과 주기적인 시동 걸어서 배터리 충전하는 등의 번거로움에 지친 저는 그냥 그 가격을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첫 중고차 판매를 하는 거라 이 정도가 맞는 가격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1000만 원에서 100만원이 아니라 300만 원에서 100만원을 깎으니 기분이 안좋더군요. 

최종적으로 월요일 오후에 탁송기사가 따로 오셔서 차를 몰로 가셨고, 입금이 된것을 확인했습니다. 참. 차량 매매를 위해서는 인감증명서가 있어야 합니다. 급히 동사무소도 다녀왔네요. 화요일이 되니 차량이전 서류가 사진 문자로 들어오더군요. 이제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차량 판매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렇게 12년간 소유했던, 뭔가를 떠나보내니 시원섭섭 하네요. 비록 지금 새로 가진 차가 더 좋은 놈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저와 우리 가족의 발이 되어 주었던 아반떼에게 고맙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이것보다 더 오래 가지고 있었던 물건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하긴 장롱을 뒤져보면 어디선가 대학 때 입었던 옷이 나올 수도 있겠죠?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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